어떡하지, 보고 싶으면. 정한은 생각했다. 불현듯 떠오른 생각은 조금 망설이다가 스르르 사라졌다. 습관처럼 만지작거리는 머그잔은 차가웠다. 아직 아무것도 붓지 않았다. 아침에 갈다 만 원두는 싱크대 위에 있었다. 끓여 둔 커피포트의 연기가 조금씩 옅어져 갔다. 다시 끓여야지, 정한은 한 번 생각하고 엄지손가락으로 머그잔 표면을 쓸었다. 물기가 바짝 마른 머...
RPS / 세븐틴 팬픽 / 최승철 x 윤정한 / 윤른 / 쿱정 / 쿱한 / 캐붕 주의 / 밸붕 주의 - 누군가에게 지뢰일 수 있음을 미리 고지합니다. - 읽은 후 일어날 심적 지랄은 오로지 본인이 감당할 몫임을 경고합니다. SIDE B. Jeonghan 어떡하지, 보고 싶으면. 정한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장례식이 모두 끝나고 두 개...
너는 불그스름한 눈가를 곱게 접으며 얕은 웃음을 터트렸다. 머리 위로 낮게 깔린 술집 조명만큼 얕은 웃음소리. 주홍색의 웃음소리가 탁 퍼진다. 나는 술잔을 입에 대다 말고 고개를 돌린다. 뭐가 재미있는지 아까부터 네가 앉은 옆 테이블이 요란하다. “대박이다. 오빠 그거 진짜예요?” “내가 두 눈으로 봤다니까?” 그 사람이 진짜 도로 한복판에서 이렇게, 하면...
RPS / 세븐틴 팬픽 / 최승철 x 윤정한 / 윤른 / 쿱정 / 쿱한 / 캐붕 주의 / 밸붕 주의 - 누군가에게 지뢰일 수 있음을 미리 고지합니다. - 읽은 후 일어날 심적 지랄은 오로지 본인이 감당할 몫임을 경고합니다. SIDE A. S_COUPS 너는 불그스름한 눈가를 곱게 접으며 얕은 웃음을 터뜨렸다. 스크린 너머로 펼쳐지는 공기가 그 웃음 하나로 ...
가끔은 외면하는 게 더 쉬웠다. 집에 돌아오는 길, 대문에서 몇 발짝 떨어진 가로등 아래 나를 기다리던 너의 닳아빠진 회색 운동화라든가. 아무 말 없이 지나치는 내 등에 꽂히던 안경 너머의 시선이라든가. 찰칵 하고 닫힌 내 원룸 현관문 앞에 서서 또 한참을 우두커니 서 있던 너의 푹 숙인 고개 같은 것. 몸을 돌려서 혹은 고개를 들어서 너와 눈을 마주쳐주는...
가끔은 외면하는 게 더 쉬웠다. 아버지의 실책, 어머니의 실망, 낯선 여자의 분노, 모르는 남자의 멸시, 주변 사람들의 수군거림, 서 있는 곳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 등등. 어느 것 하나 직시했을 때 속이 시원해지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여자는, 고개를 돌리는 것을 선택했다. 앞을 볼 수 없다면, 아무것도 보지 않고 가리라. 열일곱, 붉은 ...
알베르토 로라스 X 잉게 나이오비 / 사이퍼즈 기반 세계관 들어맞지 않음 / 캐붕주의 / 사방에 지뢰 있음 어떻게 해야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믿을까. “캘러미티(재앙).” 알베르토 로라스는 용창을 곧추세웠다. 사그러드는 불꽃색 머리칼을 한 마녀는 싸늘한 미소를 지은 채 자신을 둘러싼 용기사들을 바라보았다. 오른 손의 불꽃은 머리칼과 다르게 여전히 타...
어떻게 말해야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믿을까. 아주 오래 전부터 나는 당신에게 고백하는 순간을 상상해 왔다. 그 날의 날씨는 맑을지, 흐릴지, 아니면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고 있을지. 당신은 앉아 있을지, 서 있을지. 나를 보고 있을 수도, 다른 곳을 보다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릴 수도 있다. 그러면 나는 잔뜩 긴장한 나머지 나무토막처럼 굳어버릴지도 ...
그럼 우린 여기까지겠네요. 낮은 목소리가 툭 떨어졌다. 빗방울 하나가 툭 떨어지듯이. 머리 위로 빗방울 하나가 떨어지는 걸 느끼는 순간 이미 늦은 것이다. 곧 툭 툭 툭 빗방울이 몰려들고, 머리를 적시던 빗방울이 비가 되고, 비가 쏟아지고, 걸을 수도 없게 온 몸을 적셔 왁 하고 무너뜨릴 것을 안다. 그러면 빗속에 쓰러진 몸은 소금인형처럼 푹 젖어 흔적도 ...
그럼 우린 여기까지겠네요. 그는 웃었다. 맞은편에 있던 또 다른 그는 입술로 가져가던 찻잔을 멈추고 시선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머리가 아프다. 씻고, 옷을 갈아입고, 아침밥을 먹기 위해 식탁에 앉았는데 지끈, 하고 관자놀이 어드메가 쑤셨다.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두통은 어쩐지 회사에 있을 때보다 집에 있을 때 더 독한 것도 같았다. “왜, 어디 아파?” ...
여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남자는 단추를 풀었다. 격렬한 손짓에 벗겨진 셔츠는 금세 땅에 떨어졌고 남자의 손이 여자의 골반을 쥐어 잡았다. 짐승 같은 소리가 잇새로 흘러나오고 열기를 품은 육체가 서로 엉키어갔다. ‘...’ 엎드린 여자의 등이 하얗게 휘었다. 척추를 타고 내려가는 입맞춤에 반응하는 아래가 남자의 쾌감을 직각으로 찔러 올렸다. ‘....!’ 뭐...
여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남자는 단추를 풀었다. 이어 넥타이를 잡아 끄른 남자가 담배를 빼물었다. 여자의 목소리가 더 높아졌다. 부유하는 말들이 담배연기와 부딪혀 쨍강 쨍강 깨져나갔다. 내 말 듣고 있긴 해? 아니, 날 사랑한 적이 있기는 해? 조각난 목소리가 여자의 목을 찢었다.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담배를 피웠다. 시선이 비껴 지나갔다. 여자는 답답한 ...
케이&시엘라의 연성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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