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가시에 찔려도 손을 뻗을 수밖에 없었다. 받아들일 수 없어도 결국은 그렇게 밖에 될 수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찔리고 상처가 나고 피가 흘러도 첫날밤을 위해 푸르게 피어난 가시꽃을 향해, 둘 다 내키지 않는 손을 뻗어야만 했다.운명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섭고 우스운지. 두려울 것 하나 없이 자란 윤도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
내 우주의 주인공은 너였으면 했다.창준은 그 문장을 보고는 픽,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프로포즈할 때 보다 더 구구절절한 문장이네. 비웃음인지 진심인지 모를 말을 내던지고는 들고 들어왔던 아이스커피를 책상 위에 내려주었다. 그리고 며칠 후, 창준은 이혼 이야기를 꺼냈다. 팬사인회라니, 웃기지도 않는다. 창문 너머로 스쳐지나가는 건물들을 보는 것도 지겨울 정...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좋아하는지 궁금해요? ...그다지, 궁금하지 않은데. 왜요? 여자는 상대방의 시선을 외면하며 곤란한 얼굴로 웃었다. 상대방은 답변을 재촉하듯 몸을 내밀어 눈을 맞춰왔다. 여자는 푸스스, 흩어지는 벚꽃처럼 웃더니 가까이 다가온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대었다. 나갈까? 오늘 날이 좋아서 걸어도 되겠더라. 별로 안 추워. 여자는 그 이상의 ...
모두 의미 없는 일인데. 그 애가 남긴 마지막 말이다. 그 애가 한 마지막 말들은 너무 많았지만 날리는 눈발에 다 희어지고 그 한마디만이 발자국처럼 찍혔다. 그 애의 발자국이 폭설에 묻힌 후에도 그 말은 유령처럼 텐트 주변을 떠돌았다. 그런 날이면 나는 남은 그 애의 옷가지에 불을 붙이고 유령과 추위와 눈발을 내쫓으려 애썼다. 머리 위로 하얗게 퍼붓는 눈....
언제든지 네 곁에는 내가 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고개를 들었다. 허공이었다. 의미 없는 것을 알면서도 뒤를 돌아보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역시나 아무도 없었다. 벌떡 일어나 창문가로 달려갔다. 커튼을 젖히고 창을 열었다. 밤은 어슴푸레하니 고요했다. 가로등의 희미한 빛이 길 위를 가로질렀다. 정적. 나는 천천히 창문을 닫고, 아까처럼 커튼을 쳤다. 흰 ...
우리는 이제, 결코, 서로 들어맞을 수 없게 되었어.그래.이제……, 다시는 볼 수 없겠지.그래.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차라리 처음부터 널 만나지 말았어야 했는데.그래.지금도 봐. 나만 화를 내고, 나만 슬프고, 너는 아무렇지 않지. 너는 아무것도……. 너는 이제…….…….…….……그래. 가느다란 손이 툭, 눈 위에 덮였다. 순식간에 캄캄해졌다. 눈꺼풀에 ...
자꾸만 가시에 찔려도 손을 뻗을 수밖에 없었다. 왜였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지만. 벨벳 소파에 푹 파묻힌 소년의 모습은, 꼭, 가시넝쿨 속에 묻혀 숨을 죽인 새싹 같았으니까. 아직 채 봉오리조차 되지 못한 싹. 밟혀 죽을까 어쩔까 알 수 없어서 웃는 얼굴을 지워버린 경계심 많은 싹. 그건 선택이라기보다 불가항력이었다. 눈 뜨면 손이 피투성이가 되어 있을 ...
내 우주의 주인공은 너였으면 했어. 그건 진심이야. 미안해. 이제와 할 말은 아니지만. 네 개의 문장. 네 마지막 편지는 그게 다였다. 편지랄 것도 없이, 줄 간격 0.7mm짜리 노트를 급하게 찢어 아무렇게나 휘갈겨 쓴. 빈 종이나 다름없는 그 편지를 뒤집어 보고, 다시 반으로 접어 흰 봉투에 넣었다. 요즘엔 축의금 봉투로도 안 쓸 하얗고 낡은 편지봉투였다...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좋아하는지 궁금해요? 그런 것도 아닌데 나한테 왜 이래요. 떨리는 목소리가 하필 낯익었다. 낯익을 수밖에 없는 목소리였다. 네 목소리는 워낙에 특이했으니까. 한 번 들으면 콕 박혀서 잊히지 않았다. 발성도 좋고 톤도 좋다고, 발표 때마다 그렇게나 칭찬을 독차지하던 목소리였는데 오늘만큼은 아니었다. 사정없이 떨리고 부서지는 목소리. 그런...
1. 불면증이 생긴 것 같다. (2015.11.06.) 2. 지나치게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다. (2015.11.22.) 3. 외로움은 고체였다. (2016.01.03.) 4. 여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남자는 단추를 풀었다. (2016.03.08.) 5. 그럼 우린 여기까지겠네요. (2016.04.03.) 6. 어떻게 해야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믿을까....
안녕하세요. 케이와 시엘라가 약 2년 정도의 개인 홈페이지 사용을 마치고 다시 포스타입으로 이사 올 예정입니다. 2년 간 개인 홈페이지에 연재했던 글들은 전부 포스타입으로 옮겨질 예정이며 가독성, 관리 등을 고려한 결정이므로 많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 예정 이전 일자 : 2019년 1월 6일(일) 감사합니다.
케이와 시엘라가 상반기 내로 포스타입에서 홈페이지로 이사를 나갈 예정입니다. 이사 갈 홈페이지 주소는 아래와 같습니다. kei-the-queen.kr 케이의 개인홈 중 합작 게시판(은하수 길)에 새로운 둥지를 틀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케이&시엘라의 연성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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